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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2 용서
  2. 2012/02/14 수제 초콜릿 완성
  3. 2012/02/10 갑작스러운 고백
  4. 2012/02/02 죽음의 순간

용서

2012/02/22 15:17 from 인생의 챕터

 네번째 교리 시간. 신부님과 함께 시편 1장을 읽는데 글귀 하나하나가 가슴에 새겨진다.


행복하여라! 악인들의 뜻에 따라 걷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들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 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감에 심겨 제 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악인들은 그렇지 않으니 바람에 흩어지는 겨와 같아라.
그러므로 악인들이 심판 때에,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감히 서지 못하리라.
의인들의 길은 주님께서 알고 계시고 악인들의 길은 멸망에 이르기 때문일세.


내가 굳이 누군가를 얼굴을 붉히며 증오하지 않더라도 하느님의 판단으로 하여금 삶은 순리에 맞게 흘러가지 않을까.

이제서야 진심으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벌을 받든, 처음부터 죄가 아니었든, 혹은 뉘우침으로 인해 용서를 받든 이젠 그저 나와 무관한 일이다.

그가 오히려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오늘은 그를 위해 기도를 해볼까 한다.
그 사람이 나와 함께였을 그 시절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그녀와 잘 지내길 바라고, 그녀에게 사랑을 많이 받음과 동시에 사랑할 줄 아는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혹여 예전에 나로 인해 많이 외롭거나 지쳤었다면 그건 모두 훌훌 털고 따뜻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이다.

아, 조금은 아련해지지만 그것마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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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생초콜릿과 화이트 스트로베리 초콜릿.
나름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덕분에 작년보다 훨씬 더 고퀄리티로 완성할 수 있었다.

건네주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열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나름 입맛도 까다로운 편인데 회사에서 여직원들이 만들어 준 쿠키보다 내 것이 더 맛있다고 칭찬해주니 기분도 좋고.

문득 예전에 새벽부터 일어나 탄생시킬 수 있었던 3단 도시락이 떠오른다.
재료의 방향성을 잃은 참치 김밥과 영양가에 많은 의구심을 들게 했던 에그 샌드위치 등등.
맛도 오묘했고 양도 꽤 많았는데 정말 열심히 먹어주니 감사감사했더랬는데.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다시 한 번 배운다.

다음에는 만들어달라 노래를 불렀던 잡채와 소갈비에 도전해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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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아주 가끔은 그 시간이 너무 아플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음에 열이 펄펄 끓어 앓아눕고만 싶어진다.

하지만 다행인건,

그 때를 겪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지를

더 명확히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차가운 내 손 등위로 살며시 덮는 당신의 손이 따스하다는 것도

당신이 나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사랑한다 말해주는 것도

당신의 웃음이 그토록 맑고 향기로운 것도

당신이 나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서 언제나처럼 숨을 쉬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동스러울 만큼 감사함을 느끼는 지를

앙상한 나무가지를 닮았던 그 때의 시간들을 지나지 않았다면 난 전혀 알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추운 밤, 그 때의 아픔들을 땔감처럼 주워모아 불을 지피고 몸을 녹이고 있노라니
 
이윽고 칠흑같았던 밤이 멀어지고 들큰한 향과 함께 새벽이 온다.
돌처럼 얼어붙었던 시간이 녹으니 포근한 봄을 닮은 당신이 보인다.

어린 아이 같지만

당신이 조금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당신이 나를 위해 불러주었던 나지막한 그 노래만큼, 당신에게 잊혀지지 않는 음율이 되고 싶어

당신의 첫 번째 습관이 나였으면 좋겠어. 

모든 처음이 나였듯, 마지막도 당연히 나일 거라는 당신의 말이 변함없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어

나의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당신을 위해
지극히 있는 그대로도 더 나은 사람이 위해 노력할테니, 기대 단단히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당신이란 것이 정말 다행이야.

정말 정말 얼마나 다행인 지 당신은 아마 모르겠지?
 
만약 꿈에도 카메라를 가져갈 수 있다면, 아마 내 포토월에는 당신의 긴 속눈썹과 도톰한 입술로 가득할거야.

당신에게 마음껏 사랑받고,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어서 좋아.

더 잘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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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

2012/02/02 23:46 from 인생의 챕터

이번 겨울 통털어 가장 많은 양의 눈이 왔던 어제, 매서운 칼바람을 헤치고 드디어 가톨릭 예비 신자 교리 첫 수업에 참석했다.
어느 것의 첫 모임에서 으레 그러하듯, 천주교라는 종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시작으로 십자성호, 기도의 의미와 대표적으로 쓰이는 표징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죽음과 관련된 영상이었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개신교 말기암 환자의 인터뷰와 그녀가 이 생애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의 영상 기록들. 아프지 않았다면 오히려 나만을 위한, 혹은 내가 속한 가정만을 위한 생각이 전부였을 텐데 오히려 죽음으로 가는 이 과정이 축복인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한 그 무엇이 툭-하고 떨어짐을 느꼈다. 숨이 끊어지고 다시는 뜨지 못할 눈을 감는 일. 이생이 아닌 또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 하지만 아직 깊은 종교적 믿음이 크지 않은 나로서는 축복보다는 두려움에 더 가까운 건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종교의 유무를 떠나 내 현실에 깊숙히 들어와 더 이상은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된 그것에 대해 아픔의 무게가 전보다 더 실리는 건 왜 일까. 내가 소중히 생각하던, 혹은 내 곁에 존재함이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그 누군가가 어느 날 사라지게 된다면 난 얼마만큼의 아픔을 어느 기간 동안 견디며 감당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단 한 번, 중환자실에 면회를 간 적이 있다. 온몸의 수분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비쩍 마른 목각인형처럼 누워 계시던 그 분의 곁에서 입모양으로나마 조그맣게 말씀을 전하고 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았다. 벌집을 확대해놓은 것마냥 분리된 셀에 각기 다른 병으로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그 적막함들. 줄줄이 달려있는 링거와 영양분. 온 몸 이곳저곳에 연결된 크고 작은 기계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때의 난 당신의 침대 곁에서 그렇게 읊조렸던 것 같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과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그러니까, 그 모습을 당신께서 직접 봐주시기를 바래본다고 말이다.
지금은 그 '함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가끔 죽음과 관련된 일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그 때가 떠오른다. 그럴 때면 아프고 씁쓸하고. 그저 뭔가 어쩔 수 없이 흘러가고, 그에 맞춰 있는 힘껏 적응해내야만 하는 상황? 그리고 사람.  
사람은 힘들 때마다 시간을 수단 삼아 치유받는다면, 그렇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가장 큰 회복의 순간이 되는 걸까. 아니면 살면서 받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 중, 가장 결정적인 '강요'와 '적응'의 과정에 불과한걸까.
 
잘 모르겠다. 죽음이란 단어를 반복하다보니
그냥 누군가의 목소리나 체온들이 미치도록 그리워진다. 살아있음을 증명받고 싶은 밤이다.

그저 멀리 들리는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에 서늘한 바람의 돌던 맘이 조금이나마 진정되는 듯 하다.
모두, 괜찮았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처럼 내일도 조금 더 조금 더 힘차게 숨을 쉬며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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